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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책 이야기

석문사상중에서 - 태초시대

by 플러스이야기 2018. 1. 16.
한 빛!   한 줄!   한 호흡!

2. 태초시대

전창세시대에서 창조가 마무리된 시점 이후부터를 '태초'라 한다. 태초는 천지인의 시공이 일정 부분 겹쳐져 공존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간의 경계가 나누어지고 각각 독립성을 갖추기 시작한다.

계절로 치면 봄과 같은 시기로서, 천지인이 각각의 정체성에 맞게 분화(분열), 발전하며 체계성을 갖추는 시기다. 체계가 갖추어진다는 것은 정체성에 맞는 섭리, 율법, 법도들이 세부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초역사를 주도한 존재는 하늘의 신명들로서 이 시기의 공간을 이름하여 '전신공前神空'이라 한다. 후에 천지인의 경계가 완전히 나누어지기 시작하면서 인간 중심의 시대인 선천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늘은 창세에서부터 태초 전반에 걸쳐 후천 조화와 완성, 거듭남을 위한 계획(역사)을 창조의 목적에 맞게 세우고, 근본 섭리와 이치에 따라 빛의 세계를 각각의 도계로 나누면서 그에 맞는 위상과 역할을 규정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간이 자신의 근본자리를 찾아올 수 있도록 신명을 내려 보내 하늘도법의 씨앗을 남겼다. 즉 하늘의 신명들이 하늘도법의 일부를 가지고 내려와 인류의 수장이 되어 인간의 정체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씨앗(맥)으로 삼아 후대에 정립된 것이 선도다.

따라서 태초는 신명의 '신성의지(神性意志/신명의지)'가 주가 되어 하늘 문화와 문명의 씨앗을 내리고 인간을 교화敎化하며 치화治化하는 시기였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은 제정일치, 정교통합의 시대였다. 향후 선천 인간의 문화와 문명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하늘에서 직접적인 관여를 했다.

구체적으로 본다면 한인桓人('한인桓人'의 힌은 현재 '인因'이라는 한자로 사용되고 있으나 근원의 의미를 복원하여 기존의 '인因'대신 사람을 의미하는 '인人'을 사용한다. 원래의 '인因'은 인하다, 말미암다, 원인, 이유를 말하는 것으로 한인을 기존 한자대로 해석하면 태초의 모든 것이 하늘에서 비롯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인因을 파자하여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면에 많은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因은 입 구口와 큰 대大가 결합된 글자다. 대大는 크다는 의미 외에 높다, 존귀하다, 광대하다, 하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어원으로 보면 천지를 향해 크게 팔다리를 벌린 인간의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다.

구口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문 이외에 각各(장소)이나 석石(돌), 격格을 결정하는 품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종합해보면 인因은 사람이 비롯된 문으로, 큰 문(돌), 존귀한 문(품), 광대한 문(장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사람이 비롯된 크고 존귀하고 광대한 문은 곧 하늘이므로, 한인桓因은 '하늘에 이르는 큰 문' 또는 '하늘에서 비롯된 문'이라는 의미가 된다.

또 口가 내포한 또 다른 뜻인 돌은 하늘로 가는 관문인 석문을 이른다. 당시에는 석문의 비밀을 명확히 몰랐지만 무의식에 내재된 근원의 흔적(정신)을 따라 이루어진 장례 풍속이 현재 유적으로 남아 있는데 그것이 고인돌 문화다.

결국 인간이 하늘로 돌아가야 한다는 상징성이 담긴 표현이 한인桓因이라면, 한인桓人(하늘사람)은 한인桓因의 근본 목적이자 정체성이며 실질적인 주체를 의미한다. 이제 완성의 도법이 내려온 후천에 이르러 한인桓因은 한인桓人으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 후천은 모든 사람이 한인桓人이 될 수 있는 시대로서, 한인桓人은 하늘로부터 말미암은 존재일 뿐 아니라 본래의 하늘사람으로 온전히 거듭난 존재(도인)이기 때문이다.) , 한웅桓雄, 한검桓檢(현재 한검의 한자 표기는 桓儉이다.

이 또한 당대의 상황을 암시하는 뜻이 들어 있으나 본서에서는 桓檢으로 표기한다. 한검은 인간문명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시대의 수장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표기되고 있는 검儉자의 '사람 인人'변은 뜻 그대로 인간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암시한다. 검儉자 자체는 검소하다, 적다, 흉작이 들다, 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전대인 한인, 한웅시대에 비해 한검의 권한이 지상적 차원으로 축소됨을 의미한다.

즉 한검시대가 제정분리, 정교분리의 시기임을 나타낸다. 또한 '흉작이 들다'라는 뜻은 이때부터 먹고사는 경제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한검桓檢이라는 표기 안에는 이렇게 인간시대의 시작을 암시하는 뜻이 들어 있다. 이에 비해 검檢은 도道적인 의미를 가진다. 검檢의 부수인 '나무 목木' 변은 수도를 하는 사람 혹은 도인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 檢자 자체는 검사하다. 금제禁制(특정 행위를 금하다), 봉인된 곳의 표시를 의미한다. 따라서 한검桓檢의 검자는 도인이 될 수 있는 근본의 도맥이 봉인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결국 한검桓檢ㆍ桓儉이라는 말은 국가를 이끌었던 체제가 정치와 종교로 분화(분열)되면서 수장의 권위는 점차 지상적인 범주에 머무르게 되고, 이와 함께 본격적으로 경제적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함으로써 마침내 인간문명의 시대가 열렸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을 의미하는 한桓 자를 쓰는 대신 인간의 수장을 의미하는 왕 자를 넣어 왕검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와 같은 시대상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의 시대를 말하는 것으로서 한인시대는 신명의 시대고, 한웅시대는 신명시대에서 인간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이며, 한검시대는 인간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초창기 한인, 한웅시대는 아직 하늘이 완전히 나누어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한검시대에 접어들면서 하늘이 완전히 나누어지고 명확한 경계가 생겨 비로소 인간시대가 개막될 수 있었다. 이때 인간시대를 연 태초의 하늘은 삼천도계가 중심이 되었다.

- 석문사상 체편에서